땅이 아닌 나무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
숲속에서 꿀을 따는 모습은 흔히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오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 동남아, 인도, 네팔, 아프리카, 남미 등의 밀림이나 고산지대에는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 설치된 야생 벌집에서 꿀을 채취하며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다리도 아닌 로프 하나에 의지해 수직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수천 마리의 야생벌 사이에서 꿀을 채취한다.
그야말로 맨몸으로 벌집과 싸우는 고위험 채집 노동자다.

벌집은 땅에 있지 않다, 나무 꼭대기에 있다
야생벌은 인간이 관리하는 벌통과 달리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나무 위, 절벽, 절개지 바위 틈에 벌집을 짓는다.
이 중에서도 열대 우림 지역에서는
나무 꼭대기 높이 30~50미터 지점에 대형 벌집이 형성되며,
이 꿀은 ‘고산꿀’, ‘야생꿀’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되기 때문에
현지 주민이나 전문 채취자들이 이를 직접 올라가서 수확한다.
보통의 꿀벌보다 크기가 크고, 공격성이 강한 야생 꿀벌(예: 히말라얀 거대꿀벌)이 주로 서식하며,
이들에게 쏘이거나 미끄러지면 즉사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채취는 어떻게 진행될까?
야생벌집 채취 작업은 대부분 1~2명이 팀을 이뤄 새벽 또는 저녁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벌의 활동성이 가장 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나무 아래에서 로프 계류
- 맨몸 또는 간단한 하네스로 수직 등반 시작
- 정상부 벌집 도달 후 연기로 벌 분산
- 긴 장대로 벌집을 잘라내 그물망이나 바구니에 떨어뜨림
- 천천히 하강 후 꿀을 꺼내고 왁스와 분리
이때 쓰는 장비는 거의 없다.
헬멧, 두꺼운 보호복도 없이, 얇은 망과 로프만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
현지에서는 전통기술이자 극한 기술로 불린다.

벌쏘임보다 무서운 건 추락사
이 직업의 가장 큰 위험은 사실 벌보다 ‘높이’다.
- 로프 마찰로 인해 손이 벗겨지거나,
- 나무가 젖거나 부러져 추락하거나,
- 바구니를 옮기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밀림 속이기 때문에 병원까지 이동도 어렵고,
벌에 여러 번 쏘이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즉각적인 치료가 없으면 생명도 위태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한 번에 두세 달 치 수입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고 나무를 오른다.

이들이 채취하는 꿀은 왜 고가일까?
야생 꿀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인해
건강식품 또는 고급 식자재로 분류되어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완전 자연산
- 열대 식물의 다종 꽃꿀로 영양 다양성 보장
- 약용 가치(면역력 강화, 항균 작용 등)가 높다고 평가
- 1년에 채취 가능한 양이 매우 적음
- 운반 및 보관이 어렵고 위험 부담이 큼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1리터당 10~30달러 수준으로 거래되며,
해외 프리미엄 시장에선 100달러 이상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이 이 일을 할까?
이 직업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 전통적으로 살아온 부족, 마을 공동체, 또는 전문 채집인이 맡는다.
예를 들어 네팔의 ‘구루웅 부족’, 베트남의 ‘로가이 민족’,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밀림 채취자 그룹’ 등은
수 세대에 걸쳐 이 기술을 전수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자격이나 학력보다는,
- 나무를 오르는 기술
- 벌의 공격 패턴을 예측하는 감
- 로프 계류 기술
- 채취 타이밍을 아는 노하우
등이 필요하며, 보통 10대 후반부터 성인 남성 중심으로 기술을 익힌다.

한눈에 보는 야생 벌집 채취자의 정보
항목 | 내용 |
---|---|
직업명 | 야생 벌집 채취자, 고산 꿀 채집인, 전통 채밀 기술자 |
주요 업무 | 밀림·고산 지역의 대형 야생벌집 등반, 채취, 포장, 수송 |
근무 환경 | 밀림 내 나무 위 30~50m / 벌 공격, 고온다습, 고립 환경 |
수입 수준 | 1회 작업당 20만~50만 원 수준 (지역마다 다름) / 연 10회 미만 작업 가능 |
필요 역량 | 고소 작업 능력, 벌 관리 감각, 체력, 로프 기술, 야생 생존 지식 |
활동 지역 | 네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페루, 에콰도르 등 열대·고산 밀림 지역 |

자연과 맞서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직업은 단지 꿀을 채취하는 게 아니다.
그 과정은 자연의 거대한 구조물에 올라타, 생존과 생계를 동시에 걸고 싸우는 일이다.
고소작업, 벌쏘임, 밀림 환경, 야생 동물, 기후 변화까지
한 명의 채집인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채취한 꿀 한 방울은
그 자체로 인간의 자연 적응력, 생존 본능, 지역 문화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줄 하나에 의지해 나무 위로 오른다.
그리고, 그 위험한 고공에서 조용히 벌집을 잘라낸다.
그 직업은,
야생 벌집 채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