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문지르며 핸드크림을 바른다.
손톱은 정돈돼 있고, 큐티클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를 칠하고 바르는 게 아니라, 이 손 그 자체가 ‘상품’인 사람.
그녀의 직업은 바로 손 모델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녀는 커피 포트를 내리다
손등에 뜨거운 김을 살짝 데였다.
작은 붉은 자국 하나.
이틀 뒤 예정된 화장품 광고 촬영은 바로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 세계에선 작은 흉터 하나가 바로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손 모델이라는 직업의 현실이다.

예쁘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손 모델이라 하면 대부분 “손이 예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복잡하다.
- 손가락의 길이와 비율이 균형 잡혀 있어야 하고,
- 손톱 모양이 일정하며 각도에 따라 왜곡되지 않아야 하며,
- 주름, 핏줄, 흉터, 굳은살이 없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카메라 앞에서는 제품을 자연스럽게 드는 법, 움직이는 타이밍, 손목의 꺾임 등
정밀한 연기까지 요구된다.
즉, 단순히 예쁜 손을 넘어서
‘촬영용 손’으로서의 기능성과 연기력까지 요구되는 직업이다.

하루하루가 ‘손을 지키는 일’이다
이 직업에선 평범한 일상조차 위험하다.
- 계단 손잡이에 손을 긁힐까 봐 장갑을 낀다
- 요리는 직접 하지 않고, 칼질은 피한다
- 무거운 물건은 절대 들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손등으로 누른다
- 손을 씻을 땐 미지근한 물만 사용하고,
- 외출 전후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심지어 핸드 모델들은
침대 옆에 보습 장갑을 끼고 자며,
샤워할 때조차 손 보호 필름을 붙이고 들어간다.
이 모든 건 손에 생기는 단 한 줄의 상처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는 손 모델의 현실
항목 | 내용 |
---|---|
직업명 | 핸드 모델, 손 전속 모델, 촬영 전용 디테일 모델 |
주요 활동 | 광고, 제품 언박싱, 홈쇼핑, 뷰티 콘텐츠, 영상 연출 손 대역 등 |
수입 구조 | 건당 20만150만 원 / 전속 모델 연 3000만~1억 이상 가능 |
직업 위험 요소 | 손상, 화상, 건조, 색소침착, 관절 굳음, 손톱 깨짐 등 |
필요 조건 | 손의 균형, 깨끗한 피부, 손톱 모양, 손동작의 부드러움, 연기력 |
근무 형태 | 에이전시 소속 프리랜서 / 브랜드 전속 계약자 (소수) |

손이 곧 생계, 생명이 되는 직업
일반적인 직장인은 손에 작은 상처가 생겨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손 모델은 자신의 손을 생계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생활 전체가 손을 위한 관리’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 네일케어, 각질제거, 마사지, 피부 재생 관리
- 물건 잡는 연습, 손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확인
- 촬영용 손 포즈 연습, 손떨림 방지 근육 단련
같은 루틴을 매일매일 반복한다.
이 직업은 촬영장에 서 있을 때보다
촬영장 밖에서의 ‘관리 시간’이 훨씬 더 길다.
반짝이는 무대 뒤, 극도로 민감한 세계
누군가는 손을 보고 “예쁘다” 하고,
누군가는 “그냥 부럽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 손의 주인은
늘 조심하고, 늘 피하고, 늘 긴장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이 직업은 겉으로는 고급스럽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순간 위험을 계산하며 살아가는 고도의 자기관리 직종이다.
지문 하나에도, 굳은살 하나에도 일이 사라지는 세계.
그만큼 이 일을 해내는 사람은
그 손끝에 강한 정신력과 고도의 훈련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손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핸드 모델은 말 그대로
손끝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손만 기억하고,
얼굴은 몰라도 광고 속 제품은 기억한다.
하지만 그 한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수십 번의 연습, 수천 번의 관리, 수많은 불편함이 쌓여 있다.
카메라에 나오는 건 ‘잠깐’이지만,
그걸 위한 노력은 ‘매일’이다.
그녀들의 직업은
아름다운 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손을 일로 삼고 사는 사람.
그 손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그건 곧 직업을 잃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