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드넓은 바다는 많은 이들에게 미지의 공간이다.

해수면 위는 위성으로 촬영하고 드론으로 감시할 수 있지만, 수백 미터 아래 깊은 심해는 여전히 인류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세계다.

거긴 빛도 들어오지 않고, 수압은 지상보다 수십 배 강하며, 기온은 영상 2도 안팎으로 떨어진다.

그 어둡고 차가운 세계에서 누군가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 작업을 한다.

그가 바로 심해 탐사 잠수사다. 이들은 해저 탐사 장비를 설치하고, 해양 플랜트 구조물을 수리하며, 때론 해저 광물 채굴 작업에 투입된다.

일반적인 스쿠버 다이버와는 비교도 안 될 깊이, 고압 상태에서 몇 시간을 머무르며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험 고기술직이다.

압력, 산소, 그리고 시간… 생존의 3박자를 설계한다

수심 200미터, 300미터로 내려간다는 건 단순히 깊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의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10미터마다 기압이 1기압씩 증가하므로 200미터라면 약 20기압. 이는 자동차 20대를 등 위에 얹은 것과 비슷한 압력을 전신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사람은 산소 농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심해에서는 단순한 산소통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헬륨과 산소를 혼합한 특수 혼합가스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되면 고압신경증, 즉 판단력 저하와 근육 경련 같은 치명적 이상 반응을 유발한다.

그래서 잠수사는 잠수 시간, 수심, 압력, 기체 농도를 수십 가지 항목으로 사전에 계산한 후 투입되며, 올라올 때도 몇 시간씩 감압 챔버에서 신체를 천천히 원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실수하면 바로 생명에 직결된다.

한눈에 보는 심해 탐사 잠수사의 세계

잠수복 하나에도 수십 가지 기술이 담긴다

심해 잠수를 위해 착용하는 잠수복은 단순한 방수복이 아니다.

수백 기압을 견디기 위해 특수 금속 섬유로 만들어진 강화복이며, 산소 공급 라인, 통신 케이블, 체온 조절 장치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헬멧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작은 균열도 용납되지 않으며, 장비 검사만 몇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예를 들어 호흡 라인에 공기 압력 이상이 생기거나, 조명이 나가거나, 바닥에 발이 끼는 상황 등을 대비해, 잠수사는 모두 생존 훈련과 응급 탈출 시나리오를 반복 숙달해야 한다.

즉, 물속에서의 조작 능력과 동시에 ‘만일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

심해는 위험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 있다.

로봇이 접근하기엔 너무 정밀하거나, 인간의 판단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구조물 수리 같은 경우다.

특히 심해광물탐사나 해저 송유관 유지보수는 수백억 원 규모의 손실이 걸린 임무이기 때문에 인간 잠수사의 감각과 기술력이 중요하다.

또한 고장난 잠수 장비나 침몰한 선박의 잔해를 인양하는 작업 등은 로봇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이들은 훈련 기간도 길고, 면허 기준도 까다롭다.

상업용 잠수사가 되기 위해선 최소 수개월간의 해양 훈련, 산소압 조절 실습, 응급 구조법, 장비 해체·재조립 교육 등을 마쳐야 한다.

한마디로, 이 직업은 체력, 멘탈, 기술, 생존력 모두를 시험받는 종합격투기 같은 분야다.

땅 위에선 영웅이 아니지만, 바다 밑에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심해 잠수사는 대부분 조용한 사람들이다.

뉴스에 나오는 경우도 드물고, 그들의 얼굴이 공개되는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바다 밑에선 이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작업들이 너무나 많다.

해저 케이블 한 줄, 송유관 하나, 해양탐사 드릴 설치, 침몰 선박에서 유품 회수까지 그 모든 순간에 심해 잠수사의 손과 판단이 있다.

그리고 그 손은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움직인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확실하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 오직 그 깊이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 그 직업은,
심해 탐사 잠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