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밭에서 난 귤인데, 왜 맛이 다를까?
겨울이면 어김없이 택배로 날아오는 제주 감귤.
겉보기엔 다 비슷해 보여도
한 개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당도 12브릭스,
다른 한 개는 시고 밍밍해 “왜 이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바로
출하 전 마지막 단계에서 당도를 판별해내는 사람이다.
단순한 농부도 아니고, 단순한 상인도 아니다.
육안, 미각, 측정 장비까지 활용해 ‘이 귤은 나가도 되는가’를 결정하는 검사자다.

눈으로, 손으로, 혀로 먼저 판단한다
품질 검사자는 가장 먼저
수확된 귤의 색깔, 껍질 상태, 크기를 육안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껍질이 고르지 않거나,
과육이 덜 찬 느낌이면 바로 선별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음은 ‘눌러보는 감각’이다.
껍질과 과육 사이에 공간이 많은 귤은
대개 수분이 빠졌거나 당도가 낮다.
너무 무르면 과숙(過熟),
너무 단단하면 미숙(未熟)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핵심은 맛.
테스터는 하루에 수십 개의 귤을 한 입 베어 물고
단맛, 신맛, 물기, 입안에서 퍼지는 향기까지 기록한다.
단순히 “달아요”가 아니라
“신맛이 먼저 오고 3초 후 단맛이 따라온다”,
“물렁하지만 단맛이 뚜렷하다” 같은 정교한 표현이 들어간다.

기계가 대신 못 하는 영역, 사람의 감각
요즘은 대부분 당도 측정기(Brix meter)로 수치를 재지만
수치만 믿고 출하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 11브릭스인데 과육 조직이 푸석하거나
- 12브릭스지만 껍질이 말라서 씹는 식감이 나쁘거나
- 높은 당도지만 산미가 너무 강해 균형감이 떨어지는 경우
이런 문제는 기계로는 감지할 수 없고,
경험자만이 혀와 손끝으로 구분해낸다.
그래서 진짜 전문가들은
기계와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고,
각각의 귤을 “수출용”, “프리미엄 국내 판매용”, “가공용”으로 세밀하게 나눈다.

한눈에 보는 감귤 당도 검사자의 세계
항목 | 내용 |
---|---|
직업명 | 감귤 당도 검사원, 과일 품질 평가사, 선과장 테스터 |
주요 업무 | 수확된 귤의 육안·촉감·맛·측정기 기반 당도 평가 및 선별 |
수입 수준 | 건당 5만~15만 원 / 정규직 혹은 계약직 연 2500만~4000만 원 수준 |
필요 역량 | 미각·후각 민감도, 수분 감지 능력, 기계 측정 해석력, 반복 작업 인내력 |
활동 분야 | 감귤 농장, 선과장, 농협 품질관리 부서, 과일 수출입 회사 등 |

단 1%의 차이로 상품 등급이 바뀐다
감귤은 보통 10브릭스 이상이면 단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브릭스 수치가 0.5만 낮아도 고객 만족도는 확 떨어진다.
그 작은 차이가 ‘기분 좋게 먹는 귤’이냐,
‘괜히 샀다 싶은 귤’이냐를 나눈다.
그래서 검사자는
매년 출하 철이면
잠도 부족한 채 새벽부터 귤을 자르고 맛보고,
껍질을 벗기고, 기계에 올려보는 과정을 수천 번씩 반복한다.
이 반복 속에서
그 해의 작황 특성과 당도 패턴을 감으로 기억하고,
조금 더 숙성시킬지, 바로 출하할지를 판단하게 된다.

소비자가 믿고 고르는 귤, 그 뒤에 이 직업이 있다
우리는 마트에서
“이번 귤은 진짜 맛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귤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는
누군가가 수백 개의 귤을 씹고, 눌러보고, 잘라보고
출하선에서 고르고 골라낸 선택의 결과가 있다는 걸 모른다.
즉, 당도 검사자는 단순히 검사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신뢰를 만드는 ‘입맛 설계자’인 셈이다.

감귤도 결국 ‘사람이 판단하는 맛’이다
기계는 숫자를 주지만,
맛은 감각의 세계다.
사람이 먹고 느끼고 기억하는 게 전부다.
그 감각을 믿고,
오늘 수확된 귤 중에서
정확히 어느 것이 프리미엄인지,
어느 것이 일반 가공용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그 직업은,
감귤 당도 검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