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직업들

시체 있는 방을 청소하는 ‘데스 클리너’의 하루

도어락이 열린 순간, 묵직한 공기가 밀려온다.
문틈을 막고 있던 냄새가 그대로 쏟아지면서
코를 찌르는 듯한 부패한 단내가 코끝을 감싼다.

현관 안쪽으로는 가구와 벽지, 바닥에 깊게 스며든 흔적들.
누군가의 삶이 그 자리에서 조용히 멈췄고,
그 멈춤을 지운다는 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이 모든 현장을 마주하는 직업.
그들이 바로 ‘데스 클리너(Death Cleaner)’,
죽음이 있었던 방을 청소하는 사람들이다.

죽음이 지나간 자리를 ‘치운다’는 일

고독사, 자살, 범죄, 사고.
누군가 홀로 생을 마감하고 난 뒤
그 방에는 삶의 잔해와 죽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데스 클리너는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

  • 사체로 인해 생긴 체액, 혈흔, 부패물 제거
  • 악취와 세균, 벌레 번식 억제 및 방제 작업
  • 가구, 벽지, 바닥, 천장 등 오염 부위 해체 및 교체
  • 남겨진 유품 정리 및 유족 요청에 따른 폐기·보관

까지 전부 책임진다.
한마디로 말하면,
“죽음의 흔적을 사람이 다시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 일은 ‘청소’가 아니다

데스 클리닝은 일반적인 청소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다.
현장은 대부분 수일 이상 방치된 시신이 있었던 곳이 많다.
그래서 바닥은 체액이 스며들어 나무를 썩게 만들고,
온 집 안엔 수천 마리의 구더기와 파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한 상태다.

단순히 청소기를 돌리거나, 걸레질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염 부위를 통째로 절단하고, 화학 약품으로 살균 소독하고,
심할 경우 방 전체를 리모델링 수준으로 뜯어낸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우리는 청소부가 아니라 복원 전문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눈에 보는 데스 클리너의 현실

이 직업은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미 확립된 전문 서비스 업종이며,
한국에서도 고독사,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항목내용
주요 활동고독사, 자살, 범죄현장 등 사망 장소 청소 및 복구
고용 형태민간 전문 업체 소속, 프리랜서 계약, 창업 가능
수입 구조건당 50만~300만 원 (면적·오염도·소요시간에 따라 상이)
근무 환경악취, 병원균, 벌레, 폐쇄공간 등 극한 환경
필수 장비방호복, 방독면, 살균제, 전용 청소기, 폐기물 전용백 등

특히 ‘데스 클리닝’은 비용보다 심리적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다.
냄새, 시각, 분위기…
현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모든 감각이 도전을 받는다.

가장 무서운 건 시체가 아니라 ‘시간’

이 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로 무서운 건 죽음이 아니라,
그 죽음을 아무도 몰랐던 시간이다.”

문이 닫힌 채 몇 주가 지난 방,
전자렌지 안에 남겨진 반쯤 먹던 음식,
알람이 멈춘 휴대폰, 이불 속에서 마르다 못해 바닥과 뒤섞인 흔적.
이런 현장은 단순히 공포가 아니라 상실감을 안긴다.

그래서 데스 클리너는
‘죽은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남은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체력보다 정신력이 무너지는 일

작업 시간은 보통 4시간에서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고,
한 건의 의뢰가 끝나면 체력보다 멘탈이 먼저 소진된다고 한다.

현장을 마주한 순간 눈물이 터지는 유족,
“이걸 직접 볼 수 없어 부탁드린다”는 목소리,
사진 한 장, 낡은 수첩, 다 쓴 약봉지 같은 유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결정하는 건
기술보다 감정노동에 가까운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클리너는
‘마음까지 치우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한다.

누구나 죽음을 마주하진 않지만, 누군가는 지워야 한다

데스 클리너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생긴 자리를,
다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죽음이라는 가장 깊은 흔적을 지우는 사람이기에,
그들의 하루는 무겁고 조용하며,
그 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고요히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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