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이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보게 됐다.
수영복을 입은 뒷모습이 인상적이라 멋있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그 장면 속 사람은 배우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됐다.
얼굴은 안 나오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우리가 단 한 번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없이 봐왔던 존재들.
그들은 바로 ‘대역 배우’다.

배우가 못 하는 걸 대신하는 사람
대역 배우란 주연 배우 대신
특정 장면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말이 쉽지, 실제 현장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 바디 더블 : 외형이 비슷한 사람이 배우 대신 촬영하는 경우
- 스턴트 대역 : 위험한 액션이나 추락, 불길 장면을 대신하는 경우
- 후면 대역 : 뒷모습이나 손, 뒷목, 실루엣만 필요한 경우
- 특수 대역 : 키나 몸매 조건이 맞는 사람을 뽑아 특정 장면만 출연시키는 경우
예를 들어,
배우의 체형이 바디라인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부담스럽거나,
수영, 말 타기, 무술 등 기술이 필요한 장면이 있을 경우
전문 대역 배우가 투입된다.

이들은 주인공의 그림자다
흥미로운 건,
이들은 실제로 영화 속에 ‘출연’했지만 크레딧에 이름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촬영장에서 몇 시간씩 땀을 흘리고,
고소작업이나 수중 장면까지 모두 도맡아도
관객은 그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렇다고 이들이 ‘배우가 아닌 것’도 아니다.
촬영감독, 조명감독, 현장 스태프들은
대역 배우들을 일컬어 “그 장면을 만든 또 하나의 배우”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누구보다 배우처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뒷모습, 걸음걸이, 손짓 하나까지 본인처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한눈에 보는 대역 배우의 세계
대역 배우는 대부분 기획사나 스턴트팀, 전문 캐스팅 업체를 통해 섭외되며,
드라마·영화·광고·뮤직비디오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한다.
항목 | 내용 |
---|---|
주요 역할 | 배우 대역(액션, 수영, 뒷모습, 위험 장면 등) |
고용 형태 | 프리랜서, 소속사 계약, 촬영 건별 계약 |
수익 수준 | 건당 10만 원~50만 원 / 위험수당 포함 시 최대 100만 원 이상 |
필요한 조건 | 외형 유사성, 체형 관리, 액션·스턴트·운동 능력 |
특징 | 얼굴 비노출, 대사 없음, 정확한 모사력 요구 |
몸이 좋아서, 피부가 좋아서, 걷는 모습이 예뻐서,
혹은 운동 실력이 뛰어나서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뽑히는 사람들도 많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는 점’
아이러니하게도 대역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 배우의 눈높이와 맞춰야 하고
- 햇빛에 따라 실루엣이 겹쳐 보이지 않게 조정해야 하며
- 걸음걸이, 동작 타이밍, 숨쉬는 리듬까지
모두 진짜 배우처럼 보이도록 복제해야 한다.
너무 튀어서 시청자에게 ‘어? 배우랑 다르네’라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
그 장면은 편집실에서 버려지는 컷이 된다.
그래서 대역 배우는 자기 존재를 지우는 훈련이 필수다.

위험한 장면은 이들이 다 맡는다
실제 촬영에서 불붙은 방 안을 뛰어다니는 장면,
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
급류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처럼
주연 배우가 할 수 없는 모든 위험 요소는 대역이 담당한다.
특히 스턴트 대역은
- 고난도 와이어 액션
- 격투 장면
- 자동차 충돌, 오토바이 추격
- 화염, 폭파 장면 등
전문 훈련을 받은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촬영 한 컷을 위해 수개월 이상 훈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는 주인공보다 더 많이 다치고, 더 자주 반복하고, 더 오래 대기하는 일이다.

이들은 화면에선 ‘없지만’, 없으면 장면이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크린 너머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불을 뚫고 달리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땅에 넘어지고,
카메라 앞에서 단 3초를 위해 수십 번을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은 그들이 누군지 알지 못한 채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주인공이 아니라, 장면 자체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