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골프장 17번 홀. 물이 살짝 낀 해저드(연못)를 지나야 하는 짧은 파3 홀이 있다. 골퍼들이 티샷을 날리지만, 공은 허공을 갈라 물속으로 퐁당 빠져버린다. 하루 수십 명의 공이 그렇게 연못 속으로 사라지고, 그 수는 한 달이면 수천 개에 이른다. 그런데, 그 공을 줍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전신 슈트를 입고, 물안경과 산소통을 착용한 채 연못 바닥을 더듬는다. 그 사람의 직업은 바로 ‘골프공 다이버’다.
누군가는 “물에 빠진 공 주워서 얼마나 벌겠어?” 하고 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물속에서 하루 수천 개의 공을 건져 올리며, 중고 골프공 시장에 재판매하거나 골프장과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전문 다이버다. 그리고 잘만 하면, 이 직업으로도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골프공 다이버란 어떤 사람들일까?
골프공 다이버는 골프장 연못, 호수, 벙커 등 공이 빠지는 구역에서 수중 작업을 통해 공을 회수하는 전문가다. 단순한 잠수부가 아니라 수중 구조물, 진흙, 조류, 유속 등을 모두 고려해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공이 쌓이는 연못은 시야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탁하고, 진흙에 발이 푹 빠지는 곳도 많다.
때문에 이들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기본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미국 PADI 또는 NAUI 자격을 갖춘 프로페셔널 다이버다. 일반적으로는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지만, 미국·캐나다·호주 등지에서는 골프장과 계약을 맺고 연중 수거 작업을 진행하는 팀도 운영되고 있다.

돈은 어디서 벌까?
골프공 다이버의 수익 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골프장에서 직접 작업비를 받고 수거해주는 형태다. 이 경우는 건당 계약으로, 1회 출동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책정되며, 수거한 공은 골프장에 넘기거나 일부는 수거자가 보관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직접 수거한 공을 중고 골프공으로 세척·분류해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고가 브랜드의 볼은 재활용가치가 높아, 상태에 따라 개당 500원에서 2천 원까지도 거래된다.
이렇게 보면, 하루에 수천 개의 공을 건져 올린다고 했을 때, 그 수익 규모가 상상 이상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한눈에 보는 골프공 다이버의 세계
아래는 이 직업의 수입 구조, 필요한 자격, 위험 요소 등을 정리한 표다.
항목 | 내용 |
---|---|
직업명 | 골프공 다이버 (Golf Ball Diver) |
주요 활동 | 연못·호수 등 수중 골프공 수거 및 세척, 재판매 |
수입 수준 | 연 5천만 원~1억 5천만 원 (경력, 거래처, 지역에 따라 다름) |
필요 자격증 |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PADI, NAUI 등) |
활동 형태 | 프리랜서, 수거 전문팀, 골프장 계약 |
위험 요소 | 탁한 시야, 수중 저체온증, 동물(뱀·거북 등), 감염 등 |

40~60대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만 일정한 체력과 스쿠버 자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과 호주에서는 은퇴 후 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 일을 파트타임으로 하는 중장년층 다이버들이 적지 않다. 물속 작업이 격한 체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웅크린 자세로 수중을 더듬는 작업이기 때문에 허리, 무릎 등이 약한 사람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젊은층에 비해 책임감이 높고 꾸준하게 관리할 수 있는 40~60대에게 오히려 안정적인 부업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스쿠버 다이빙 자체가 취미였던 사람이라면, 이를 수익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다.

물속에서 건지는 건 공이 아니라 돈이다
누군가는 공 하나를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골프공 다이버는 그 하나하나를 건져 올리며 생계를 유지한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다이버는 연간 수익이 1억 원을 넘고, 전문 수거팀으로 독립해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엔 친환경 이슈와 맞물려, 수거한 공을 재가공해 ‘에코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했다.
이 직업은 화려하진 않지만, 탁한 물속에서 꾸준히 손을 움직이며 돈을 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연못 속에서, 묵묵히 수천 개의 공을 건지는 이 직업은 말 그대로 ‘조용한 고수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억대 연봉도 가능하다는 이 직업, 한 번쯤 진지하게 들여다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