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일의 위생용품 공장.
흰색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 한 명이
작은 고무 제품을 기계에 끼운다.
기계는 점점 압력을 올리고,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다.
그리고 일정 압력을 넘기자 펑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데이터가 기록된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바로 콘돔 품질 테스트다.

우리는 보통 콘돔을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무심히 고른다.
하지만 우리가 손에 쥐기 전, 이 작은 제품은 수십 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콘돔 품질 테스터다.

이 직업은 진짜 존재한다

콘돔 품질 테스터는 이름만 들으면 농담처럼 들리지만,
정식으로 존재하는 품질관리 직종 중 하나다.
전 세계 대부분의 콘돔 제조사는
ISO 4074라는 국제 기준에 따라
제품의 물리적 안전성과 위생, 내구성, 신뢰도를 테스트한다.

이 테스트를 수행하는 사람은 단순한 실험 인력이 아니라
정확한 기준에 따라 제품을 검증하는 전문가다.
‘콘돔을 직접 사용해 본다’는 오해도 있지만,
실제로는 기계적, 화학적, 물리적 테스트가 대부분이다.
즉, 실제 사용이 아닌 과학적 시험을 통한 품질관리 업무다.

어떤 테스트가 이뤄질까?

콘돔 품질 테스트는 매우 세밀하고 반복적인 실험의 연속이다.
예를 들어,

• 늘어나는 탄성 한계는 몇 %인지
• 공기를 몇 리터까지 넣었을 때까지 터지지 않는지
• 구멍은 없는지, 두께는 일정한지
• 윤활제는 인체에 무해한지, 피부자극은 없는지 등
  하나의 제품이 실제 유통되기까지 최소 7가지 이상의 공정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백 개의 샘플이 매일 터지고,
매일 숫자가 기록되며,
매일 불합격품은 폐기된다.
이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사람이 바로 콘돔 품질 테스터다.

한눈에 보는 콘돔 품질 테스터의 세계

아래는 이 직업의 현실적인 정보, 수입, 조건 등을 정리한 표다.

40~60대도 할 수 있을까?

이 직업은 신체 능력보다는 정확성, 꼼꼼함, 반복 작업에 대한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실제로도 40~60대 경력직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
특히 품질관리, 실험실 경력, 공정 생산관리 경험이 있다면
콘돔 제조사가 우선 채용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관련 업계는 늘고 있으며,
청결·위생 분야의 국제 기준이 강화되면서
중장년층 QA 인력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정년이 정해진 사무직보다 오히려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강점이다.

왜 이 작은 고무 제품에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제품은 실패하면 안 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콘돔은 단순한 피임 도구가 아니다.
성병 예방, 건강한 성생활, 계획된 출산을 위한 필수 위생 의료기기다.
따라서 이 제품은 단 한 장의 실패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제조보다 더 많은 품이 들어가는 게 바로 품질 테스트다.
터지지 않아야 하고, 일정한 두께를 유지해야 하고,
심지어 포장까지 무결점이어야 한다.
그런 완성도를 위해 하루 종일 실험기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조용한 연구실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일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이 제품을 민망해하거나, 가볍게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이걸 ‘생명과 연결된 제품’으로 보고
진지하게 검증하고 시험한다.

그들은 흰 실험복을 입고
가장 사적인 순간에 사용되는 제품을
가장 과학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지만,
이 직업이 없다면 중요한 순간에 ‘안전’도 ‘신뢰’도 담보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걸 하루종일 반복하며 지키는 사람이 있다.
그의 직업은, 콘돔 품질 테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