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흘러가도 기록은 남는다.”
뉴스 속 공청회나 법정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는 장면 뒤편,
빠르게 타자를 치고 있는 누군가의 손이 보일 때가 있다.
그들이 바로 속기사다.
속기사는 누군가의 말을 실시간으로 듣고, 빠르게 정확하게 타자로 옮겨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하는 전문가다.
이들이 기록한 말 한 줄, 한 문장은 나중에 법적 증거가 되기도 하고
역사의 중요한 장면이 되기도 한다.

속기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속기사는 대부분 법원, 회의실, 방송국, 인터뷰 현장 등
‘사람의 말’이 중심이 되는 곳에서 일한다.
법정에서는 증인의 말 한 마디, 판사의 지시 한 줄도 빠짐없이 받아적는다.
회의실에선 수십 명이 동시에 말하는 상황에서도 핵심을 빠르게 포착해 기록한다.
방송에선 뉴스가 나가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자막을 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처럼 음성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속기사의 역할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속기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그냥 타자만 빠르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자 실력, 어휘력, 집중력, 요약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속기사는 대부분 전문 속기 자판을 사용하는데,
이는 일반 키보드보다 훨씬 빠르고 구조화된 방식이다.
그만큼 전문 교육과 꾸준한 훈련이 필수다.

연봉은 얼마나 될까? 수익 구조를 보자
속기사는 활동 분야에 따라 연봉이 다르다.
정규직 공무원 속기사는 안정적인 수입이 강점이고,
프리랜서나 개인사업 형태의 속기사는 일한 만큼 수입이 높아질 수 있다.
아래는 국내 속기사의 대표적인 수입 수준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표다.
구분 | 수익 수준 (한화 기준) | 비고 |
---|---|---|
법원 속기사 | 연 3,000만 원 ~ 4,500만 원 | 공무원 신분, 정기적 승진 및 정년 보장 |
속기 전문회사 소속 | 연 3,000만 원 ~ 5,000만 원 | 회의록 대행, 정기 의뢰 다수 |
프리랜서 속기사 | 월 300만 원 ~ 500만 원 이상 | 건당 10~30만 원, 자율 일정 조정 가능 |
방송 자막 속기 | 월 250만 원 ~ 400만 원 | 실시간 자막, 주말·야간 근무 포함 시↑ |
실력과 실전 경험이 많을수록 수입은 올라가며,
자막 제작, 영상 편집, 콘텐츠 제작 등으로 확장하면 부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조용한 환경에서 일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직업
속기사는 겉으로 보기엔 아주 조용한 직업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말소리를 들으며 타자를 치는 단순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수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한 작업이며,
말의 뉘앙스, 억양, 숨은 의미까지 빠르게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한다.
또한 기록한 내용을 나중에 누군가가 그대로 보고 의사결정을 하거나,
법적 판단을 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하므로,
무거운 책임감과 정확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40~60대도 가능한 직업일까?
속기사는 체력보다는 경청력, 문해력, 정확성이 더 중요한 직업이다.
따라서 중장년층에게도 도전이 가능한 직업군으로 꼽힌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로 40~60대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 온라인 기반 프리랜서 업무가 많아 체력 부담이 적다
- 국어 능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면 경쟁력이 생긴다
- 은퇴 후 부업으로도 가능하고, 일정 조정이 자유롭다
- 전화 상담, 인터뷰 정리, 자막 작성 등 비현장형 속기 수요가 증가 중이다
단, 초반 자격증 취득과 속도 향상까지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말을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하고 듣는다.
하지만 그 말이 남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다.
속기사는 그런 흘러가는 말들을 기억의 형태로 붙잡아두는 사람이다.
법정에서, 회의실에서, 인터뷰 현장에서
그들이 기록한 문장이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고,
누군가의 주장을 증명하며,
때론 진실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속기사는 단지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는 ‘감정 없는 중립자’이자 ‘진실의 기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