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하수구 뚜껑을 열고 그 안으로 사라지는 남자가 있다.
영화 속 장면 같지만, 이는 실제 해외 도시에서 존재하는 풍경이다.
그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땅속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묵묵히 일하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 싱크대, 거리의 빗물받이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든다.
이들의 직업은 바로 하수도 유지보수 기술자,
흔히 ‘하수구 청소부’나 ‘맨홀맨’이라 불리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한 청소 그 이상이다.
도시의 생명줄을 책임지는 숨은 전문가들이다.

우리가 모르는 하수도 세계의 진짜 모습
대부분의 사람은 하수도라면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라는 인식부터 가진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 도시의 하수도는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인프라와 기술이 집약된 공간이다.
하수도 유지보수 기술자들은 이 복잡한 공간 속에서
배관의 누수, 파손, 침전물, 유해가스, 쥐, 벌레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일부 지역에선 로봇카메라를 투입해 내부 상태를 점검하고,
직접 사람이 진입해 시멘트 벽을 보수하거나, 맨손으로 오물을 퍼내기도 한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대도시 하수도는 수백 년 전의 석조 터널이 남아 있어
현대 장비로는 접근이 어려운 구역도 존재한다.
이럴 땐 사람의 손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냄새보다 무서운 건, 질식이다”
이 직업에서 가장 무서운 건 단순한 냄새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와 산소 부족 상태가 진짜 위험이다.
하수도 내부는 밀폐된 공간이라 황화수소, 메탄가스, 암모니아 등의 유해가스가 자주 발생한다.
이 가스들은 무취일 수 있고, 몇 초 만에 의식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항상 산소농도 측정기, 방독면, 방수복, 통신장비를 갖추고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좁고 미끄러운 통로에서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 몇 시간씩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
근골격계 질환은 기본이고, 가끔은 쥐 떼나 벌레가 온몸을 타고 오르는 상황도 벌어진다.
실제로 2017년 인도 뭄바이에서는 하수도에 진입한 청소부가
산소 부족과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런 사고는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해외에서 하수도 기술자는 어떤 대우를 받을까?
전통적으로 하수도 작업자는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직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엔 도시 기반시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일부 국가에선 이들을 ‘공공 위생 관리자’로 부르며 직업적 존중을 높이고 있다.
다음은 국가별로 하수도 유지보수 인력의 조건과 수입을 정리한 표다.
국가 | 평균 연봉 (한화 기준) | 특징 |
---|---|---|
미국 | 약 4,500만 원 ~ 6,000만 원 | 주 정부 공무원 혹은 계약직, 복지 우수 |
독일 | 약 5,000만 원 ~ 6,500만 원 | ‘배관 기술자’ 직군 내 포함, 기술교육 필수 |
일본 | 약 3,800만 원 ~ 5,000만 원 | 공공기관 계약직, 민간 위탁 증가 추세 |
인도 | 약 800만 원 ~ 1,500만 원 | 대부분 비정규직, 열악한 근무 환경 |
고소득 국가일수록 전문 교육을 이수한 ‘기술자’로 인정받으며,
장비 지원, 복지, 휴가 등도 보장되는 편이다.
반면 인도나 일부 아시아 국가에선 여전히 맨손 작업, 차별, 안전장비 미지급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보다 먼저 쥐가 반기는 공간
하수도 작업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농담이 있다.
“하수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누가 반겨줄까? 쥐다.”
실제로 일부 도시의 하수도는 쥐가 천 마리 이상 서식하기도 하며,
작업자가 들어가면 쥐가 앞장서서 도망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바퀴벌레, 지네, 때로는 뱀까지 출몰하는 경우도 있어
작업 전엔 항상 주변을 두드려 경고를 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직업이 단순히 ‘무서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하수도 구조물을 문화재처럼 보존하고,
관광 코스로 개방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실제로 하수도 내부를 견학할 수 있는 하수도 박물관이 존재할 정도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이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하수도 작업만큼은 쉽게 자동화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배관의 구조가 복잡하고, 노후된 부분은 정형화되지 않아 로봇 적용이 어렵다
- 오염물질과 유해가스는 실시간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 비상 상황 시 즉각적인 인간의 대응이 중요하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로봇 팔, 자율 주행 점검 로봇을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로봇이 작동을 멈추면 사람이 직접 들어가 회수해야 하는 현실이다.
결국, 이 일은 아직까지도 사람이 해야 하는
‘현장 중심 고난도 작업’이라는 점에서
기술자라는 명칭이 더욱 어울리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