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받은 박스를 열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가 있다.
손에 쥔 건 수십만 원짜리 한정판 피규어.
그런데 캐릭터의 손가락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한정판이라 교환도 안 되고, 다시 살 수도 없다.
“이걸 어떻게든 살릴 수 없을까요?”
이럴 때 마지막 희망처럼 호출되는 사람이 있다.
피규어 수리 전문가, 혹은 피규어 복원가다.
프라모델도 아니고, 대량 공산품도 아닌
딱 하나뿐인 팬심과 취향이 깃든 물건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다시 살려주는 사람들이다.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인생’이 걸린 물건이다
피규어라고 하면 흔히 아이들 장난감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수백만 원짜리 고가 피규어가 수두룩하고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은 거래조차 꺼려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 복원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을 보면
- 해외 직구 배송 중 파손된 한정판 제품
- 이사나 청소 중 부러진 날개나 손목
- 오래되어 도색이 벗겨진 고가 수집품
- 애완동물에 의해 떨어뜨려진 케이스 속 진열품
- 세월에 따라 접착제가 굳거나 부품이 떨어진 제품 등
대부분 감정적 가치가 높은 경우다.
그래서 피규어 수리는 단순한 접착이나 재도색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만족감을 되살리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의뢰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건 제 첫 월급으로 산 거예요”
혹은 “돌아가신 형이 사준 건데요…” 같은 사연이 담긴 경우가 많다.

피규어 수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피규어 수리는 정밀성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다리나 손가락이 부러졌을 때는
절단면을 맞춰 재접착하고, 내부에 핀을 심어 고정하고,
도색이 필요한 부분은 에어브러시나 미세붓으로 터치해야 한다.
게다가 복원된 흔적이 티 나지 않도록
원본 컬러에 맞춘 색조 조합, 표면 질감까지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도색 감각, 재질 분석, 접착 기술, 수리 장비 사용법 등
한 가지 기술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특히 PVC 소재는 열에 민감하고, 레진은 균열이 잘 가기 때문에
소재별 특성에 맞춰 작업을 조절해야 하며,
도색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광택 조절, 투명도, 퍼짐 등이 달라
작업자의 경험과 손기술이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다.

한눈에 보는 피규어 수리 직업의 현실
피규어 수리업은 공식 직업군으로 등록되진 않았지만,
일부는 공방을 운영하며 정식 서비스로 활동하고
프리랜서로 SNS,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의뢰를 받는 형태가 많다.
항목 | 내용 |
---|---|
주요 활동 | 피규어 파손 복원, 접착, 리페인팅, 부품 자가제작 |
수입 구조 | 건당 수리비용 3만~30만 원 (난이도, 희귀성 따라 상이) |
수익 형태 | 월 평균 150만 원~400만 원 (공방 규모 및 유입량에 따라) |
자격 요건 | 별도 자격증 없음, 도색·프라모델·공예 경험 필수 |
필요 장비 | 에어브러시, UV접착기, 레진, 퍼티, 드릴, 도색재료 등 |
작업 시간 | 1건당 1시간~10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함 |
특히 희귀 피규어나 고가 한정판은
작업 요청이 들어올 경우 비용보다 신뢰가 우선이기 때문에
입소문, 후기,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업계다.

수리만 하는 게 아니라, ‘맞춤 제작’도 한다
단순 수리 외에도 피규어 수리자들이 점점 확장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커스터마이징과 부품 리모델링이다.
예를 들어
원래 있던 칼을 도끼로 바꾸거나,
날개 없는 피규어에 3D 출력으로 날개를 붙여주는 작업,
다른 캐릭터 얼굴로 교체하는 헤드 스왑,
혹은 커스텀 페인팅으로 나만의 유니크 피규어를 만드는 등
고급 주문제작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작업자는 3D 프린터와 모델링 프로그램까지 다루며
아예 부러진 부품을 그대로 재현해서
새 부품을 출력해 붙이는 기술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피규어 수리를 넘어서
피규어 리페인팅 아티스트나 피규어 커스터마이저라는 이름으로
전문 활동하는 사람도 생겼다.

이건 그냥 직업이 아니라, 덕심 + 기술 + 예술
피규어 수리는 단순히 ‘고쳐주는 사람’이라기보단
팬심을 이해하는 사람, 섬세하게 손이 가는 사람,
그리고 색감과 조형에 민감한 장인의 감각을 지닌 사람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실제로 이 일을 오래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피규어를 수십 개씩 수집하고,
한정판 출시일을 챙기고,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까지 분야를 넓히며
고객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려 노력한다.
결국 이 직업은,
감정을 복원하는 기술자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