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광고를 보다가
한 조각을 집어 들고 화면을 멈춘 적 있다.
기름은 반짝이고, 바삭한 튀김옷은 톡 터질 것 같고,
마요네즈와 케첩이 예술처럼 얹혀 있다.
그런데 막상 배달된 실제 치킨을 보면
광고 속 그 비주얼과는 사뭇 다르다.
“대체 누가 저렇게 예쁘게 만들었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요리를 ‘먹게’ 만드는 게 아니라, ‘보이게’ 만든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셰프가 아니다.
음식을 만들지만, 목적은 다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카메라 앞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이는 음식 한 접시를 연출하는 것이다.
맛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사진 속에서 가장 ‘먹음직스럽게’ 보여야 한다.
심지어 진짜 맛이 없어도 괜찮다.
광고와 사진에선 보이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한 그릇을 위해 100번을 굽기도 해요”
광고 속 햄버거 하나를 찍기 위해
- 빵은 따로 구워 적당히 갈라지고
- 고기는 가장 노릇하게 구워진 단면을 골라
- 양상추는 물에 담가 탱탱하게 만든 뒤
- 소스는 핀셋으로 밀리미터 단위로 조절한다
심지어 패티가 삐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돋보기를 쓰는 경우도 있다.
국수 광고에서는
면발이 쳐지지 않도록 속에 실선(투명 와이어)를 심고,
기름광을 더 내기 위해 식용유 대신 바세린을 바르는 일도 있다.
이처럼 실제로 먹을 수 없는 음식도 많지만,
카메라 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게 연출된다.

한눈에 보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현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요리, 미술, 사진 연출, 촬영 현장 이해까지 필요한
복합 예술직이자 전문 기술직이다.
항목 | 내용 |
---|---|
주요 업무 | 음식 촬영용 세팅, 색감·구도 연출, 모형 음식 제작 등 |
활동 분야 | TV광고, 인쇄광고, 유튜브, 요리책, 메뉴판, 홈쇼핑 등 |
근무 형태 | 광고기획사·촬영스튜디오 소속 or 프리랜서 계약 |
수입 수준 | 건당 20만~100만 원/ 경력자 연 4000~8,000만 원 |
필수 역량 | 요리 감각, 색채감각, 구성 센스, 촬영현장 이해력 |
사용하는 도구 | 핀셋, 스프레이 오일, 페인트 붓, 모형 소품, 트위저 등 |
경력 5년 이상이면
자신만의 소품실, 냉장 창고, 촬영팀까지 꾸려서
대형 광고 프로젝트를 전담하기도 한다.

진짜보다 더 맛있게, 현실보다 더 예쁘게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목표는
실제보다 더 ‘선명하게’, 더 ‘먹고 싶게’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 냉면 그릇의 육수는 실제 육수가 아닌 젤라틴 + 식용색소로 만들고
- 생선구이의 노릇한 부분은 토치와 간장으로 연출하며
-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컷은
솜을 태워 연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식당 메뉴판 촬영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지 않도록
음식이 흐르지 않게 젤로 고정하고,
조명 아래서도 음식색이 변하지 않도록 도료를 살짝 칠하는 경우도 있다.

음식보다 조명, 카메라, 구도가 더 중요하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요리만 잘해서는 안 된다.
촬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 역광일 땐 소스를 덜 바르고
- 하이라이트가 찍힐 부분엔 기름을 더 바르고
- 초점이 맞을 위치에 음식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 메인 구도에 따라 파슬리 한 조각 위치도 바꾼다
이 일은 요리와 촬영, 시각디자인의 경계에 있는
섬세함의 총집합 같은 직업이다.

요리를 포장하는 마술사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재료를 직접 고르고,
칼질 하나에도 감정을 담고,
카메라가 원하는 가장 맛있는 컷을 위해
손끝으로 맛을 연출하는 사람이다.
맛을 기억하게 하는 건 혀가 아니라 눈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결국 눈으로 먼저 먹고 있다.
그리고 그 눈속임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이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