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직업들

세계 워터파크를 돌아다니며 미끄럼틀 속도, 재미, 안전성을 평가하는 직업

뜨거운 태양 아래, 긴 줄을 선 채 수영복 차림으로 미끄럼틀을 기다리던 기억,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그때 우리가 그저 재미 삼아 내려왔던 그 물길을,
속도, 경사, 회전 각도, 체감 충격, 안전성, 심지어 짜릿함의 정도까지 전부 수치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단순한 이용객이 아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워터파크를 돌아다니며
미끄럼틀을 ‘탐험’이 아닌 ‘분석’하는 직업,
바로 슬라이드 테스터(Slide Tester)다.

여행? 물놀이? 이건 ‘테스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을 듣고 “그냥 놀러 다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업무다.
이들은 단순히 ‘즐거운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탑승자의 속도 변화, 경사에 따른 가속도, 곡선 구간에서의 원심력, 물 분사 압력, 접지 마찰력까지 체크한다.
특히 신설 워터파크의 경우, 실제 고객이 타기 전 이들이 가장 먼저 탑승해 문제를 확인해야 하며,
기존 시설에서도 정기적인 테스트 리포트를 통해 안전 인증을 갱신해야 하는 의무 절차가 포함되어 있다.

한 번의 미끄럼틀 탑승 뒤엔 타이머 체크, 몸의 중심 잔류 수분, 수압 체크, 탑승 자세에 따른 결과값 정리,
그리고 동선 평가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데이터 기록이 따른다.
또한 어린이용과 성인용 슬라이드는 기준 자체가 달라, 체형별, 연령별로 다른 테스터들이 투입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즉, 이들은 수영장 위의 모험가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쫓는 ‘워터 엔지니어’에 더 가깝다.

한눈에 보는 워터슬라이드 테스터의 세계

항목내용
직업명슬라이드 테스터, 워터파크 평가 전문가, 수상 시설 품질 테스트 요원
주요 업무미끄럼틀 테스트, 속도·가속도 측정, 구조 안전성 검토, 탑승 감성 평가
수입 수준연 3000만~7000만 원 (경력자 및 해외 파견 시 최대 1억 이상)
필수 역량체력, 수상 안전지식, 센서 장비 운용 능력, 기록 정리 능력, 공감각적 감수성
활동 범위워터파크 시설, 호텔 리조트, 수상 놀이기구 제작사, 해외 파견 테스트 등

이 직업의 진짜 어려움은 ‘감각의 균형’이다

슬라이드 테스터가 되기 위해 꼭 수영을 잘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일정 수준의 수상 적응력은 기본이지만,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각을 수치화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이 미끄럼틀은 빠르다’라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몇 초 만에 도착했는지, 출발 후 몇 미터 구간에서 급가속이 있었는지,
물살의 압력이 몸에 얼마나 닿았는지,
곡선 구간에서 튕기거나 흔들리는 체감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처음엔 단순히 “어지럽다”, “좀 불안하다” 정도의 표현밖에 못 하던 사람들이
경력을 쌓을수록 미끄럼틀의 안전과 즐거움을 동시에 조율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이 직업이 단순한 ‘물놀이 전문가’가 아닌 이유다.

누가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걸까?

슬라이드 테스터라는 직업은 특별한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레저업계 종사자, 수상안전요원, 여행 콘텐츠 리뷰어 출신들이
‘체험과 기술’을 동시에 융합할 수 있는 직업으로 넘어온 경우가 많다.
또한 수상 기구 제작사나 워터파크 설계사무소에서
신규 슬라이드에 대한 실증 테스트를 맡기 위해
프리랜서 테스터를 계약직 형태로 고용
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SNS 팔로워가 많은 테스터 중 일부는
리뷰 콘텐츠와 수치를 결합해 자체 평가 등급을 만든 뒤 브랜드화한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한 프리랜서를 넘어
‘슬라이드 평론가’ 또는 ‘수상시설 트렌드 리더’로 불리며 광고 협찬도 병행한다.

인생에서 가장 짧은 7초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미끄럼틀 하나를 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5~10초 남짓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두근거리고,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슬라이드 테스터는 그 7초의 경험을 설계하고 점검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없다면,
속도가 너무 빨라 허리를 다칠 수도 있고,
곡선 구간에서 뒤집힐 수도 있으며,
물살이 약해 중간에 멈춰 서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 직업은
단 몇 초의 ‘완벽한 짜릿함’을 위해
수백 번의 테스트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
햇빛 아래 땀범벅이 되고,
눈물 날 정도로 차가운 물속을 반복해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들이 없다면
우리가 믿고 타는 미끄럼틀도,
그 짜릿함도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직업은,
슬라이드 테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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