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직업들

인기 콘서트, 신상 발매 대기줄에 대신 서주는 서비스 전문가

추운 겨울 새벽 4시,
명품관 앞에 벌써 수십 명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오리털 패딩을 껴입고,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늘 구매자가 아니다.
그는 누군가를 대신해 줄을 서주는 사람,
바로 ‘줄 서기 대행 서비스 전문가’다.

이 직업은 처음 들으면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대신 사주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다.
누군가에겐 귀찮고 불편한 기다림을
누군가는 그걸로 수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치열할수록,
그 사람의 몸값도 올라간다.

왜 이 직업이 생겼을까?

이 직업은 단순히 게으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다.
요즘은 인기 콘서트 MD 굿즈, 한정판 운동화, 백화점 오픈런 제품, 유명 맛집 웨이팅처럼
‘물건보다 기다림이 더 비싼 시대’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바쁘다.
직장인들은 시간 맞춰 출근해야 하고,
학생들은 수업을 빠질 수 없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줄 서기 대행 서비스다.
돈을 내고라도 그 자리를 확보하려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걸 전업이나 부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이른 시간, 야외 추위, 혼잡한 상황에서 기꺼이 줄을 서주는 사람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넘어
시간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로 평가받는다.

‘줄만 서면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줄 서기 대행은 겉보기에 단순한 일 같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면 체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내심, 전략적 대기력까지 필요한 고난이도 서비스다.

  • 백화점 오픈런 대기는 전날 밤 10시부터 줄을 서야 하고,
  • 콘서트 굿즈 줄은 오전 7시에 번호표를 받는 게 목표이며,
  • 인기 매장은 입장 순서와 동선까지 체크해서 구매 가능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즉, 단순히 줄만 서는 게 아니라
현장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고객에게 대기 시간과 가능성을 피드백하며,
교대 시간이나 수령 절차도 숙지해야
한다.

게다가 현장 질서 유지 인력이 민감한 경우엔
대리인이 들어갈 수 없는 구역도 있어
사전 양해를 받아야 하거나 고객의 신분증을 소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눈에 보는 줄 서기 대행 전문가의 세계

항목내용
직업명줄 서기 대행인, 대기 줄 전문 서비스직, 큐 대행 프로페셔널
주요 업무한정판 상품·콘서트 굿즈·명품 오픈런·식당 예약 등 대기줄 대신 서주기
수입 수준건당 3만~15만 원 / 인기 이벤트 대기 시 하루 20만 원 이상 가능
필요 역량인내심, 체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간 조율, 현장 대응력
활동 분야패션 브랜드 론칭, 콘서트 현장, 백화점 오픈런, 핫플 웨이팅 등

몸값은 줄의 길이만큼 오른다

이 직업은 시간당 비용이 아니라 상황당 비용으로 책정된다.
보통은 건당 2~3시간 기준으로 5만 원 선이지만

  • 유명 운동화 브랜드 첫 발매일
  • 방탄소년단 콘서트 MD 굿즈 판매
  • 샤넬 백화점 첫 입장권 배부
    같은 ‘피 튀기는 줄’의 경우에는
    10만~30만 원 선에서 협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의뢰인은
줄 서는 사람의 키, 성별, 복장, 태도까지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사진이나 후기를 첨부해 프로필을 꾸미는 전문가들도 있다.
즉, 이 일은 단순히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 적응력과 커뮤니케이션 감각이 필수인 고감도 업무인 셈이다.

‘나 대신 줄 서준다’는 서비스가 확장되는 중

요즘은 이 서비스가 단순히 대기줄에서 끝나지 않는다.

  • 병원 예약 대신 잡아주기
  • 미용실 오픈 전 대기 등록
  • 카페 한정 음료 대기 구입
    같은 식으로
    ‘현장에 먼저 가서 내 자리를 잡아주는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프리랜서는
네이버 카페, 오픈채팅방, 지역 커뮤니티, SNS DM 등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고,
고정 단골이 생기면 일주일 일정이 줄 서는 스케줄로 꽉 찬다.
시간을 대신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노동력’이자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대신 기다려주는 사람 덕분에 가능한 순간들

누군가는 “그걸 돈 주고 왜 시켜?”라고 묻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수개월을 기다린 콘서트 티켓을 위해,
수십만 원을 주고서라도 그 줄에 있어야 할 이유
가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기다림을 대신함으로써
남의 설렘을, 기쁨을,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람
이 된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등번호를 받고, 입장을 유도받고, 사진을 보내고, 손에 명품 쇼핑백을 들고 의뢰인을 기다리는 사람.
그 사람은 줄의 끝에 있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첫 단추다.

그 직업은,
줄 서기 대행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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