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베이스 소스를 휘젓다 보면
‘걸쭉하긴 한데 뭔가 뭉쳤다?’ 싶은 순간이 있다.
또는 화장품을 짜봤는데 처음엔 부드럽다가 손등에서 갑자기 끊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아주 사소하지만 사용자가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감각 차이를
숫자와 공정 기준으로 바꿔주는 직업이 있다.

바로 점도·질감 평가 전문가,
즉 휘저을 때의 농도와 덩어리 뭉침 없이 매끄럽게 섞이는지를 측정하는 직업인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실험실에서 하루 종일 액체를 휘젓고,
그 안의 점도 변화, 입자 상태, 농도 균일성 등을 수치화하고
결국 제품의 최종 ‘촉감’을 결정짓는 사람들이다.

걸쭉함에도 ‘과학’이 있다

점도는 단순히 ‘걸쭉한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요거트와 샴푸는 모두 점도가 있지만,
요거트는 ‘입에 남는 부드러움’,
샴푸는 ‘물에 닿았을 때 확 풀리는 경쾌함’이 다르다.

이걸 감으로만 판단하면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회전식 점도계, 컵 방식, 낙하 볼 방식, 나선 프로펠러 회전법 등
다양한 기계를 통해 수치를 뽑아낸다.

그리고 중요한 건
휘저었을 때의 반응이다.
‘처음은 부드럽지만, 5초 후부터 끈적해진다’,
‘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처럼 늘어진다’
이런 식으로 시간에 따른 점도 변화를 측정해야 한다.

‘덩어리’ 하나가 제품을 버리게 만든다

식품 소스에서 덩어리가 느껴지면, 소비자는 불쾌함을 느낀다.
화장품에서 뭉침이 생기면, 불량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점도 측정 전문가들은 단순한 숫자 측정을 넘어
제품 속 미세한 입자 분포 상태까지 확인한다.

이들은 단순히 눈으로 보기만 하지 않는다.
조도(거칠기), 밀도, 침전 속도, 교반 후 재결합 정도까지
다양한 지표를 조합해
‘이 농도가 소비자가 좋아하는 느낌인지’ 판단한다.

특히 젤이나 페이스트처럼 정지 상태에선 흐르지 않지만,
휘젓거나 눌렀을 때만 움직이는 비뉴턴성 액체는
정밀한 점도 조절이 핵심이다.

한눈에 보는 점도·농도 측정 전문가의 세계

촉감 하나로 경쟁력이 갈린다

요즘은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소비자는 이제 ‘맛’이나 ‘성분’보다
‘느낌’으로 제품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 소스가 너무 묽으면 고급스럽지 않고
• 화장품이 너무 진하면 답답하게 느껴지고
• 젤 타입이 뭉치면 손에 안 펴지고 버려진다.

그래서 제품을 설계할 때
향, 맛, 색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점도와 질감의 완성도다.
이 작은 차이를 수치로 읽어내고
개발팀에 피드백하는 사람이 바로 이 전문가들이다.

반복되는 실험 속에서 감각이 쌓인다

이 직업은 하루 종일 반복 실험을 한다.
같은 제품을 온도별로 바꿔가며 수십 번 교반하고,
측정값을 정리하고 그래프화하고,
때론 실제 소비자 테스트 결과와 비교하며
수치와 감각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작업을 한다.

가장 힘든 점은
정확한 수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수치가 ‘사람이 느끼는 것’과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이 직업은
수치와 촉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뭉침 없이 부드럽다는 건,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샐러드 드레싱이 한 방울도 안 뭉치고 쫙 펴졌을 때,
기초 화장품이 피부에 스르르 흡수됐을 때,
우리는 ‘좋은 제품이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과 균일함 뒤엔
수백 번 실험과 0.1Pa·s(파스칼초)의 점도 조절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사람.
휘저었을 때의 응답을 숫자로 바꾸고,
덩어리 없이 매끄럽다는 것을 과학으로 입증하는 사람.

그 직업은,
점도 측정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