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하얗게 빛나는 그곳, 누가 일하고 있을까?
해마다 여름이면 햇볕이 가장 강한 서해안 염전에서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소금 결정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인다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소금을 모으는 사람들의 현실은 다르다
이곳에서 하루 종일, 땀이 쏟아지도록 바닥을 긁고, 나르고, 퍼 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염전 채취자, 혹은 염전 노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염전의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염전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자연적으로 소금을 결정화시키는 공간이다
먼저 바닷물을 넓은 증발지에 유입시켜 태양열과 바람으로 수분을 제거하고,
소금 농도가 높아지면 결정지로 보내 결정화가 이루어진다
이때 바닥에 생긴 소금 알갱이를 긁어내어 모으는 과정이 바로 염전 채취자의 일이다
기계화된 일부 공장형 소금 생산지와 달리,
국내의 수작업 염전은 아직도 손으로 밀고, 퍼 담고, 옮기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갈까?
염전 채취자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햇볕이 강해지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소금 결정 상태를 점검하고 작업 준비를 마쳐야 한다
주요 일과는 다음과 같다
- 결정지 바닥 점검: 물 빠짐 상태 확인
- 소금 긁기: 나무로 된 도구(소금 밀대)를 사용해 바닥의 소금을 긁어 모음
- 수레로 운반: 긁어낸 소금을 삽으로 떠 수레에 담아 창고로 옮김
- 햇볕 아래 건조: 수분기를 날려 더 단단하고 하얗게 만듦
- 포대 포장: 20kg 단위 또는 대량 출하용으로 분류
이 모든 작업은 거의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바닥에서 하루 6~10시간 이상 지속된다
가장 무더운 7~8월이 본격적인 소금 수확철이다

폭염 속 육체노동, 얼마나 힘들까?
염전은 바람이 잘 통하지만, 동시에 열을 그대로 반사하는 소금판이다
기온이 33도일 때, 바닥 체감 온도는 40도 이상까지 오르기도 한다
문제는, 이 환경에서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 바닥에 쪼그려 앉아 밀대를 당기는 동작의 반복
- 짠 물기에 피부가 자극되며 습진과 염증이 자주 발생
- 땀과 햇볕으로 인해 탈수와 열사병 위험이 상존
- 눈부심과 반사열로 인한 시력 저하, 두통, 어지럼증
- 허리, 무릎, 어깨 등 관절에 무리가 가는 고강도 노동
이런 이유로 염전 노동자들은 여름철에는 수시로 소금물에 발을 담그거나
얼음물과 수건을 항상 곁에 두며 체온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이 고된 노동의 대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누가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전통 염전은 대부분 서해안 전남 지역(신안, 무안, 영광 등)에 몰려 있다
이곳에서는 농한기 농민, 고령 노동자, 외국인 근로자 등이
단기 계약직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하루 단위 혹은 한 철 단위 일용직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염전 강제노동, 임금 체불, 열악한 숙소 문제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낮은 임금, 높은 강도, 고립된 작업 환경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염전 채취는 분명 힘들고 고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말한다
- 한 철 집중하면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현실적 동기
- 기계화된 일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확실한 일이라는 만족감
- 자연 속에서 일하는 일이라 심리적으로는 편하다는 사람도 있음
- 가족 단위로 일해온 전통이 있어서 계속 이어간다는 경우도 존재
특히 신안 천일염처럼 고품질 브랜드로 판매되는 염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일정 숙련이 된 채취자에게는 소득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한눈에 보는 염전 채취자의 직업 정보
항목 | 내용 |
---|---|
직업명 | 염전 채취자, 천일염 생산 노동자 |
주요 업무 | 결정지에서 소금 긁기, 운반, 건조, 포장 등 전 과정 수작업 |
근무 환경 | 실외 / 여름철 폭염 / 반사열 강함 / 바람 강한 해안 지역 |
수입 수준 | 일급 10만~15만 원 / 한 철 2~3개월 집중 시 500~700만 원 이상 수입 가능 |
필요 조건 | 강한 체력 / 더위 적응력 / 장시간 서거나 숙이기 가능 / 팀 작업 가능 |
활동 지역 | 전남 신안·무안·영광, 충남 태안 등 전통 염전 밀집 지역 |

소금 한 줌에 담긴 땀의 무게
우리가 국에 한 숟갈 넣는 소금, 반찬에 살짝 뿌리는 천일염 한 꼬집
그 안에는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바닥을 긁고, 소금을 퍼 나른 사람들의 땀과 시간이 담겨 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바닷소금은
자연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건 언제나 사람의 손이다
고된 노동, 낮은 대가, 그러나 사라지면 안 되는 기술
염전 채취자들의 하루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햇볕 아래 하얗게 빛나고 있다
그 직업은,
염전 채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