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새벽 2시,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저… 대신 좀 전해주실 수 있나요? 헤어지자는 말, 제가 못 하겠어요.”
말끝이 떨리고, 숨소리는 깊다.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사랑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끝을 맺는다.
이들은 바로 ‘이별 대행인’, 사랑의 시작은 아니지만, 끝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감정이 상하지 않게, 상대가 폭주하지 않게, 대신 이별을 말해주는 사람.
조금은 이상하고, 때로는 너무도 현실적인 이 직업은
현대인의 ‘정서적 회피’와 ‘대면 공포’가 만들어낸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기도 하다.

이별 대행인의 진짜 역할은?
‘대신 헤어지자고 말해주는 사람’이라는 말로는 이 직업을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별 대행인의 업무는 훨씬 더 다양하고 섬세하다.
- 상대방에게 전화 혹은 문자로 이별을 통보
- 직접 만나 조용한 장소에서 이별을 설명
- 이별 이후 상대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의뢰인에게 보고
- 분쟁 방지를 위해 증거 확보용 녹음이나 문서화
- 경우에 따라 선물, 반지, 짐 등의 인도·수거 대행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한 뒤
상대방에게 최대한 상처 없이 이별을 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들은 심리 카운슬러이자 이별 전달자인 셈이다.

“죽을 것처럼 사랑했는데, 헤어질 용기는 없다”
이별 대행인을 찾는 사람들은 의외로 다양하다.
단순히 나쁜 짓을 한 남녀만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깊이 휘말렸거나,
죄책감에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저 사람이 무너질까 봐 겁나요”
- “한 번 폭력을 휘두른 이후 무섭습니다”
- “이미 마음은 끝났는데, 말할 자신이 없어요”
이별이란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감정적 폭발, 죄책감, 회피 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 고통을, 전문직에게 ‘외주’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별 대행인의 상담 기록을 보면
단순 이별보다는 집착, 폭력, 복잡한 금전 문제가 얽힌 경우가 많다.
즉, 감정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결과다.

한눈에 보는 이별 대행 서비스 현실
이 직업은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등지에서 실제로 존재하며
최근에는 SNS를 통해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항목 | 내용 |
---|---|
서비스 방식 | 문자/전화/대면 이별 통보, 상담 및 후속 대응 포함 |
주요 고객 | 20~40대 남녀, 연애 중단 요청, 위험 회피 목적 많음 |
수익 구조 | 건당 5만 원~30만 원 / 복잡한 상황일수록 비용 상승 |
추가 서비스 | 짐 전달, 반지 반환, 연락 차단 중재, 심리 상담 등 |
윤리 논란 | 제3자의 개입으로 인한 감정 폭력, 고통의 책임 회피 지적 |
이런 서비스에 대해 “비인간적이다”,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로 “상처가 커지기 전에 정리해주는 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전문가가 돕는 구조”라는 시선도 있다.

정말 말 한마디만 전하면 끝일까?
이별은 단순한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연애 기간이 길거나, 동거 중이거나, 금전이 얽혀 있다면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이별 대행인의 일은 단순히 ‘이별 통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을 수습하고 정리하는 감정 관리자 역할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가 자꾸 찾아오고 있어요. 제가 하면 겁을 주는데, 제발 대신 좀 끝내주세요…”
라고 요청한 사례에서는
- 상대방과 통화 후 대면 장소를 유도하고
- 감정 분출을 차단하며 냉정하게 상황을 마무리
- 중립적인 언어로 정리한 ‘이별 선언서’를 전달
- 그리고 의뢰인에게는 그 과정 전체를 녹음파일로 전달했다.
결국 이 일은 ‘전달자’가 아닌 ‘정리자’다.
그 정리는 감정뿐 아니라 상황, 불안, 추억까지 포함된다.

누구나 사랑하지만, 누구나 이별에 서툴다
우리는 흔히 사랑에 대해선 많이 배우고 준비하지만
이별하는 법에 대해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감정에 서툰 사람일수록
차마 말은 못 하고, 상처 줄까 두렵고,
결국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이별 대행인은 그 틈을 메우는 존재다.
세상의 모든 감정이 깔끔하게 정리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폭발하지 않고 흘러가게 만드는 조절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